인터뷰

나무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목공 교육가 1세대 다호디자인 이호식 대표

작성자최고관리자

등록일2025-07-16

조회수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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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액세서리부터 목조주택까지, 목공 인생 30년
목공 교육가 1세대 다호디자인 이호식 대표

 

이호식 대표는 30년 가까이 목공에 몸담아온 베테랑이자, 국내 목공 교육 분야의 1세대 인물이다. 1999년 다호디자인 공방을 최초 창업한 뒤, 우든펜을 시작으로 초·중·고 학생부터 노숙인,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목공 교육을 진행해 왔다.


(사)대한우든펜협회 초대 회장이자 산림청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과정 강사로 활동 중이며, 목공 지도사, 직업훈련교사, 바리스타 등 여러 분야의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그의 목공 교육은 기술 전수를 넘어, 설계 감각과 공간 이해, 나아가 공방 운영에 필요한 현실 감각까지 아우르는 현장 중심의 융합적 교육에 가깝다. 목공을 업으로 삼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려면 기술 못지않게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오랜 지론이다. 목공 산업의 미래를 위해 공방 창업의 현실과 과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글 | 장영남 인테리어 전문기자 jekyll13@naver.com

 

△ 다호디자인 이호식 대표.

 

 

 

Q1 다호디자인은 ‘교육 중심’의 공방이며 대표께서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목공 교육을 진행해왔다. 교육에 특별히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1 처음부터 교육에 뜻이 있었다. 돈 신경 쓰지 않고 나무 만지며 가르치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다 보니 돈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공방 시스템에서 교육을 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공방이 순수하게 가구만 만들어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추측건대, 지방 공방의 80~90%는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한다. 
목공방을 연다는 것 자체가 목공 마니아들의 로망이다. 그러니까 공방을 오픈하는 순간, 어느 정도 로망은 실현된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소득은 별개의 문제다.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상황이어도 폐업하지 않고 그냥 버틴다. 어떤 분들은 일주일 내내 손님 한 명 없어도 오히려 편안해 한다. 혼자 조용히 작업할 수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수익을 내며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10~20% 정도에 불과하다. 통계를 보면 연 매출 5천 이상인 경우가 전체의 30%가 채 되지 않은데, 이마저도 공방이 제조나 건설 업종으로 분류되었을 때 이야기다. 

결국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때 폐업한다. 그래서 폐업률도 높고 창업률도 높다. 폐업하며 내놓은 중고 장비를 누군가 사서 또다시 공방을 연다. 공방 운영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이 창업을 반복하는 구조이다.  

 

△ 청주목공원 데이클래스에서 나무 반지를 함께 만든 한 커플.

 

△ 목공체험지도사 1급 자격양성교육과정 수업 현장.
△ 중목구조 전원주택 현장 설명회 참석 중 촬영한 장면.

 

 

Q2 목공방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실제적 이유는 무엇일까.

A2 첫 번째는 장인 시스템이다. 장인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장인은 산업화 이전, 고도의 손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에 종사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체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의 작업을 목공 장비가 해낸다. 짜맞춤 장비만 있으면 몇 분 만에 ‘ㄷ’자 형태가 완성된다. 이걸 굳이 손으로 하루 종일 만든다면, 그 제품을 얼마에 받아야 하고, 또 그 값을 지불할 소비자가 있을까. 손으로만 해서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
둘째는 문화 수준과도 관련이 있다. 유럽이나 북미에는 직접 돈을 주고 수공예품을 사주는 소비층이 있다. 열 개를 만들어 하나만 성공하더라도 그 하나를 사주는 이들이 있다. 그럼, 재료비는 최소한 건질 수 있다. 그들의 목공예 부흥기보다 지금 한국의 소득 수준이 더 높지만, 관심은 훨씬 낮다. 술집에서는 100만 원을 써도 목공방에서는 3만 원 쓰기를 꺼린다.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문화의식 수준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셋째는 공방 창업에 필요한 복합적인 교육의 부재다. 기술을 가르칠 장인은 많고, 기술력도 좋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공방을 연다는 건 곧 ‘경영’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목재 교육 강의를 나가보면 공방 운영자도 수강자로 온다. 그런데 도면을 제대로 읽거나 그릴 줄 아는 이가 거의 없다. 이건 목공예가라면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능력이다. 또 대부분은 나무값만 알고 원가 계산은 할 줄 모른다. 나무값은 전체 가격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이 넘는 삼성 갤럭시의 가격에는 부품값 외에도 개발비, 시설비, 인건비, 마케팅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Q3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다. 우리나라 목공방 창업 현실은 어떤가.

A3 공방을 차리려면 기본적으로 3~5억 원이 든다. 작업 공간은 실평수 기준 최소 30평 이상은 되어야 해서 보통 50~100평 규모를 임대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보증금만 해도 꽤 든다. 새 장비로 세팅하면 장빗값만 1억 원가량 들고, 여기에 재료비와 임대료까지 포함하면 총 3~5억은 금방 들어간다. 그렇게 차려놓고도 한 달 수익이 200만 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되도록 빨리 가르쳐서 창업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을 내려놓았다. 안정적인 공방 운영도 결국 자신의 시간과 자본을 몰방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직업으로 창업했다면 오래 갈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수익이 나지 않아 그만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은퇴 후 공방을 해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분들은 대부분 돌려보낸다. 대개 “조금만 벌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한 발만 슬쩍 담그려 하는데, 현실은 그 한 발이 잘리고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픈한 그 순간부터 진짜 시작이다.

 

 

Q4 해법으로 장인 시스템, 문화 수준, 복합적인 목공 교육의 부재 등을 언급했는데, 대표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궁금하다. 먼저 장인 시스템부터 말씀해달라.

A4 지금은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창작이 필요한 시대다. 따라서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창작하는 공예 작가’를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여전히 ‘잘 만드는 법’에만 몰두한다. 한국의 목공 아마추어들을 보면 수천만 원대의 외국 유명 작가 작품을 그대로 모작해 10분의 1 가격에 팔고 뿌듯해한다. 가장 큰 문제는 뛰어난 손재주로 ‘모작’만 한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생각이나 철학이 없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국적의 목공예가는 아직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또한 제작 방식 차이 하나로 옳고 그름을 가려버리려 한다. 피스만 써도 큰 잘못인 양 말하며 죄악시한다. 하지만 미국엔 타카로 작업하는 작가도 있다.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고가 경직되는 건데,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연한 사고가 필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이미 사고가 굳어버린다. 상상해서 도면을 그려보라 하면, 한 시간 동안 선 하나 제대로 못 긋는 아이들이 많다. 설계 수업을 나가면, 이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 제일 어렵다. 
세미나 방식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다르다. 참여자들은 치열하게 질문하고, 때로는 격렬한 논쟁도 벌인다. 그런 다양한 질문이 의외성에 대한 사고의 훈련으로 이어진다. 디자인이라는 건 허술하고 어설픈 시도 속에서 좋은 하나를 건지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에는 그 ‘좋은 하나’를 찾기 위한 과정이 없다.

 

△ 괴산초 전교생 목공체혐 교육 모습.

 

 

Q5 문화 수준을 올리는 일은 더 어려운 과제처럼 보인다.

A5 이 문제는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본다. 핸드메이드 가구를 기꺼이 구매하려는 소비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미처럼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들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 단체, 기업에서도 공방 가구를 구매하고 작가를 후원한다.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문화 수준도 점차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관련 예산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장의 치적 홍보에 사용된다.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지방 공예박람회 예산의 절반만이라도 공예 작가에게 직접 투자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박람회를 개최해 왔다면, 해당 지역의 공예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져야 하고, 관련 학과가 대학에 새로 생겨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없어지는 실정이다. 공예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국가나 지자체가 마련하지 않는 셈이다.
지역마다 조성된 목재 체험장도 성장의 걸림돌 중 하나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단기 고용 형태로 운영되며, 근무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다. 이처럼 지속 가능성이 낮은 구조에서는 운영 주체가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기 어렵다. 체험비도 대량 구매한 키트와 예산 보조로 인해 일반 공방보다 4배가량 낮게 책정된다. 일반인들은 이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공방의 가격이 과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결국 대기업이 시장을 흡수하듯, 체험장이 주변의 단체 손님을 모두 가져가 버리는 구조가 된다.
목공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접근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지역 곳곳에 공방이 있어야, 누군가 목공을 배우고 싶을 때 가까운 곳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

 

 

Q6 대표가 지금 생각하는 목공방 사업 모델은 어떤 형태인가.

A6 나는 공방을 작게 시작했다. 실평수 15평 규모의 두 칸 중 하나는 공방으로, 나머지 하나는 사무실과 휴게 공간으로 활용했다. 방문자에게 단순히 작업만 하게 하기보다는 나무를 만지고,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던 방식이었다.
지금 구상하는 창업 모델도 큰 틀에서는 같다. 내가 운영하는 공방은 15평 정도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20평 공간을 확보했다면, 이 중 5평은 카페 개념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커피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목공을 소개하고 목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세팅비는 약 6,000만 원, 여기에 임대료만 더하면 된다. 1억 원 이하로 창업이 가능하다.
보통 공방이라고 하면 가구 제작을 떠올린다. 실제로 전국 공방의 95% 이상이 가구 중심이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장비와 공간을 더 잘 갖춰야 한다. 

 

 

Q7 우드펜 공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드펜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7 처음 공방을 열며 선택한 아이템이 우드펜이다. ‘다호디자인 = 우드펜 공방’이라는 인식을 심고자 했다. 목공 분야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아이템이 바로 우드펜이다. 일반적인 목공은 장비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우드펜은 100만~200만 원이면 기본 구성이 가능하다.
게다가 아무리 고가의 나무라 해도 2~3만 원이면 여러 자루의 우드펜을 만들 수 있다. 비싼 나무부터 저렴한 나무까지 수십 종류의 목재를 다뤄볼 수 있다는 것은 목공 하는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 2차 목선반교육 중 제작한 우든펜.

 

 

Q8 다호디자인만, 대표만의 목공 교육 특징을 말씀해달라.

A8 다호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교육 공방’이다. 특별히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는 게 아니라, 액세서리부터 집 짓기까지 원하는 대로 배울 수 있다. 원목, 집성목, 카빙, 우드버닝, 우드펜, 목선반, 토목, 건축까지 직접 다뤄온 분야이기에 원하는 방향으로 유연한 교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강의를 의뢰하면, 항목과 가격이 정리된 메뉴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나는 예산, 대상, 인원수, 시간, 목적, 희망 사항 등을 먼저 묻고 그에 맞는 맞춤 강의를 제안한다. 도마 하나로도 1시간 수업이 가능하고, 5시간짜리 심화 수업도 할 수 있다. 사실상 예산과 시간의 문제다. 같은 주제라도 대상에 따라 수업 내용이 달라지며, 나무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나는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목재 전반을 두루 섭렵한 교양형 교육자다. 교육자에게 필요한 것은 초·중급 수준을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꼭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일 필요는 없듯, 초·중급 교육에 있어 고급 기술자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보다 고급 단계로 가고 싶은 사람은 장인이나 유명 작가에게 배우면 된다.

 

 

 

Q9 목공방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A9 공방 창업을 결심했다면 먼저 방향을 정해야 한다. 교육 공방으로 갈지, 제작 공방으로 갈지, 작가의 길을 택할지, 그리고 주재료를 원목으로 할지 집성목으로 할지 빠르게 결정할수록 좋다. 선택에 따라 배워야 할 내용이 달라지고 학습 기간도 달라지는데,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내게 재능이 있을까”를 궁금해한다.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한다면 재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에서 목공 작가나 교육자로 공방을 운영하는 수준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재능이 있으면 조금 빨리 갈 뿐이고, 없으면 더디게 갈 뿐이다. 한 손만 있거나 손가락이 몇 개 없는 분도 내 공방에서 배웠다. 의지만 있다면 일정 수준까지는 누구나 도달할 수 있다. 다만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하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공방 운영이 목재만 다루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재료, 장비는 물론 마케팅과 회계까지 경영 전반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멈추지 않는 배움이 공방을 오래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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