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가죽공방 변인근 대표
작성자최고관리자
등록일2026-03-24
조회수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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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는다는 것, 저는 그게 재밌습니다” 목수의 가죽공방 변인근 대표
오전이면 돼지들의 이상 유무를 살피고 오후가 되면 농장 창고 한편에 마련한 작업실로 향한다. 작업실에서는 테이블쏘가 돌아가고 가죽 바늘이 움직인다. 때때로 장소는 본채 주방으로 옮겨지기도 하는데, 주방에서는 잘 발효된 밀가루 반죽이 오븐에서 달콤한 냄새를 퍼트리며 익어간다.
목수의 가죽공방 변인근 대표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10년 전 양돈장 리모델링에서 남은 목재로 시작한 목공이 가죽공예, 목조주택, 제빵, 미싱 등으로 무한 확장됐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짓는 일’이라고 부른다.
글 | 인테리어 전문기자 장영남 jekyll13@naver.com
PART 1. 오전엔 농장, 오후엔 작업실
Q1. 현재 축산업(양돈)을 하고 계신다고요. 일과는 어떤가요. 취미 시간을 별도로 내는 건지요.
A1.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비육돈만 전문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30kg 정도의 어린 돼지를 데려와서 115kg까지 3개월 이상 키우는데, 다 큰 돼지를 판매하는 출하가 가장 큰 이벤트입니다.
거리가 먼 도축장까지 운송해야 해서 주로 아침 7시 정도에 출하한 후 돈사를 순회하며 이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망가진 시설물은 고치고 아픈 돼지는 치료하는 등 농장 일은 보통 오전에 마치는 편이고, 이후는 직원이 관리합니다. 오후는 자연스럽게 제시간이 돼요. 딱히 ‘취미 시간을 만든다’기보다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취미 활동을 해요.
Q2. 농장 내 마련한 작업실은 어떻게 꾸며졌는지 궁금해요.
A2. 작업실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거창한 게, 농장 한편을 작업실로 쓰고 있거든요. 내부로 들어가면 테이블 쏘, 밴드 쏘, 목선반 같은 목공 장비들이 있고, 그 안쪽에 가죽공예나 미싱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정돈이 잘 안돼서 굉장히 좁고 복잡해요. 공간이 좁고 먼지도 많아 늘 ‘확장하는 상상’을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아무 잡념 없이 혼자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어 좋습니다.
PART 2. 연기 나는 톱질로 시작된 10년
Q3. 목공은 약 10년 전 양돈장 리모델링 당시 남은 목재로 시작됐다고요.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A3. 양돈 관련 회사를 10년 정도 다니다가 직접 양돈장 경영을 시작했습니다. 운영 전에 돈사 리모델링을 했는데 2×4 구조목이 많이 남았어요. 땔감으로 쓰기엔 나무가 아까워서, 목재용 톱날을 사다 고속절단기에 장착해 창고용 수납장을 만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톱날의 회전 방향을 거꾸로 끼워 목재를 자르는 바람에 연기가 많이 났는데, 목재는 원래 이런 건 줄로만 알았다는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이후의 상황은 취목을 시작하던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임팩트 드릴 사고, 원형톱 사고요. 그러다가 테이블쏘까지 가는 거죠 뭐.
Q4. 목재로 처음 만들었던 것은 뭐였는지요.
A4. 처음 구조목으로 창고용 수납장을 만든 뒤에는 책 한 권 사서 책에 소개된 제품들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레드파인 집성판을 구입해 주방 아일랜드 수납장을 만든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Q5. 가죽공예, 목조주택, 제빵, 미싱까지 정말 다양한 취미를 즐기시는데, 목공이 다른 취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요.
A5. 목재는 언젠가 썩어 없어집니다. 그 점이 좋습니다. 오래 갈 수도 있지만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재료라는 게 마음에 맞습니다.
손을 사용해 나무를 만지는 일이 인간 DNA에 새겨진 본능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목공 수업을 진행해 봤는데, 이렇게 모두가 즐거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야가 또 있을까 싶네요.
PART 3. 꼬리에 꼬리를 무는 취미
Q6. 진정한 ‘취미 부자’십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확장할 수 있었는지요. 어떤 연결고리라도 있는지요.
A6. 정재영 주연의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섬에 표류한 주인공이 짜장면이 먹고 싶어 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관심 가는 제품이 있으면 ‘내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목공을 시작하면서 생긴 것 같아요.
가죽공예와 숲해설가는 충주에서 우드포럼 교육을 함께 받은 김수경 우드버닝 작가님의 소개로, 건축은 집짓기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김만기 작가님께 스툴제작방법을 교육받기도 했고요.
목공으로 도마를 만들다 보니 칼도 만들어보게 되고, 칼집을 가죽으로 만들다 보니 가죽가방으로 이어졌습니다. 가방 내피 작업을 빠르게 하려다 보니 미싱으로 이어졌고요. 필요에 의한 연계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이 취미에 취미를 불러온 것 같네요.
Q7. 요즘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취미는 뭔지요.
A7. 빵은 꾸준히 만들고요, 요즘은 미싱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재밌기도 하고 활용도가 높기도 하고요. 아내의 옷소매를 줄여 주기도 하고 딸아이의 필통을 제작하기도 하고요.
PART 4. 짓는다는 것, 저는 그게 재밌습니다
Q8.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들이 많습니다. 직접 만드는 것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A8. 제천에 있는 작은집건축학교에서 8일 동안 집을 한 채 짓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였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건축물을 짓고, 저녁엔 밥 먹고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곳에서 “사람이 태어나면 이름을 짓고, 밥을 지어 먹이고, 살 집을 지으니 짓는다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돈을 내면 남에게서 살 수 있고 소비가 미덕이 된 세상이지만, 저는 소비자이기보다는 ‘지은이의 삶’이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가족들에게 밥을 해 먹이고 있고 짧은 미래에 옷을 지어 입히는 꿈도 꾸고 있어요.
이후 그 학교와 연계된 협동조합 조합원이 되어 금산에 사는 분의 농막을 함께 지어드린 적이 있는데, 1년 후에 그분이 집 지은 사람들을 파티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A/S 하러 간 게 아니라 초대 받은 거라서 참 좋았습니다. 내가 만든 것을 다른 사람이 행복하게 쓰는 것을 보는 게 참 좋아요.
Q9. 결국, 내가 만든 걸 누군가가 행복하게 써주는 것에 대한 충만감인 듯 합니다. 그래도 직접 만들면 완성품보다 퀄리티가 떨어지기도 하잖아요.
A9. 시장에서 파는 것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약간 저퀄리티, 러프한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저는 그게 좋습니다. 딸아이 필통을 얼마 전 만들어줬는데, 바느질이 좀 삐뚤삐뚤합니다.
그런데 다이소에 가면 제가 만드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게 2,000원에 팔거든요. 그럼에도 딸아이는 예쁘다고 좋아해 줍니다. 그게 다입니다.
PART 5. 취미도 직업처럼, 직업도 취미처럼
Q10. ‘지은이로서의 삶’이라는 말씀이 저 또한 와닿습니다. 뭔가를 지을 때 어떤 나름의 기준이 있는지요.
A10. 관심과 흥미가 기본이지만, 직업으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둡니다. 취미로 돈을 벌어본 적은 거의 없지만, 언젠가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거죠.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원 없이 해봤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주로 처음에는 혼자 시작해 보고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지역의 평생학습관처럼 부담이 적은 공공 기관을 이용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분야든 혼자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데, 그 지점부터는 전문가에게 배우지 않으면 넘기 어렵더라고요.
가죽도 결국 대전까지 가서 2~3개월 배웠고, 미싱도 공방에 등록했습니다. 자격증도 취미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 딴 게 스무 개 정도 됩니다.
Q11. 자격증도 취미 중 하나여서 스무 개를 따셨다니, 배움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십니다. 현재 도전 중인 자격증이 있는지요.
A11. 요즘은 전기기사 자격증에 도전 중이에요. 그런데 수학도 잘 알아야 하고 생각보다 공부할 게 많아 한 번 떨어졌습니다.
주변에 은퇴하신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이 “뭐 할까”입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 걱정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한테도 지금부터 취미를 만들어두라고 계속 권합니다.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수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나쁠 건 없으니까요.
PART 6. 우드포럼에서 만난 것들
Q12. 우드포럼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A12. 2016년 목공을 시작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충주 근처 일죽의 죽산목공소에서 목재 교육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17년 교육받았는데, 정연집 박사님의 이론적인 배경과 실제 생산하는 분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원목 도마에 식용유를 바르라는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자기만의 ‘노하우’들을 피할 수 있었으니, 이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죠.
다만, 극I(아이)라서 교육받거나 소규모 모임에서 정보를 교류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온라인에서 목재 정보를 얻기는 하지만, 실제 실천에는 차이가 있어 쉽진 않네요.
PART 7. 다음에 지을 것들
Q13.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슷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13. 앞으로는 목공과 가죽, 미싱을 활용해 가죽 쿠션이 덧대어진 스툴을 만들거나 가방 내피를 천으로 해서 작업 속도를 높이는 식으로 제가 익힌 기술들을 결합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목공뿐 아니라 이런저런 취미활동에 필요한 공구를 구입할 때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아내는 “한 번 살 때 제대로 된 걸 사야 한다”라고 늘 말합니다. 결론은 늘 아내가 맞습니다. 아내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웃음).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라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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