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전산실을 나와 나무와 살기로 했다, 김우경 목공인
작성자최고관리자
등록일2026-04-22
조회수 103
menu본문
마흔다섯, 전산실을 나와 나무와 살기로 했다
김우경 목공인
취미와 생업 그 어디쯤에서 내공을 쌓아온 김우경 씨. 그는 이제 진천군 이월면 신계리에 목공소를 준비하며 전문 목공인으로서 거듭나고 있다. 45세의 직업전환이라는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도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과 유년 시절 일찍이 경험한 목공의 즐거움이었다.
그는 요즘, 창고를 짓고 장비며 목재를 옮기는 등 해야 할 일도 많지만 힘든 줄 모른다. 나무는 그에게 ‘무한 도파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김우경 씨는 정식으로 목공을 배운 적 없는 목공인이다. 그러나 나무와의 인연은 할아버지 연장을 빌려 썰매와 활을 만들던 시골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훗날 죽산목공소에서 열린 ‘목재의 이해’ 강의는 그간의 궁금증을 한순간에 풀어줬다. 사실 그는 나무만큼은 누구보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나무쟁이’였던 것 같다.
글 | 인테리어 전문기자 장영남 jekyll13@naver.com
Chapter 1. 전환
Q1. 전산 분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셨는데, 목공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1. 가슴속 한쪽에 언제나 꿈꾸던 일이었는데, 죽산목공소 교육이 계기가 되었네요. 전산직은 IMF 시기에 무엇이든 해야 해서 선택한 직업이었습니다. 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극심한 취업난에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어느 중견기업의 전산실에 취업했습니다. 보람도 있고 안정적인 월급은 보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직까지 오고 보니 은퇴까지는 하고 싶지 않더군요.
Q2. 중년의 나이였을 텐데,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떤 현실적인 고민은 있었고 어떤 판단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2. 당시 나이가 45세였어요. 회사 밖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결정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충북혁신도시에 상가를 얻어 당구장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이어 러우전쟁까지 겹치며 장사도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손으로 뭔가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목공’이라는 것이 다가온 거에요. 죽산목공소 행사에서 도마재부터 구매해 처음으로 만들어봤어요. 샌딩기도 사고 집진기도 샀지요. 어느새 당구장 한편을 막고 밴드쏘, 자동대패까지 들이게 되었어요.
만든 도마를 손님께서 사 가시면 ‘신기방기’했어요. 우드슬랩도 만들었더니 또 팔리고요. 자신감이 붙으면서 통나무도 제재하고, 온라인 카페에서 도마재까지 판매하게 되었죠. 지금은 죽산목공소 목재행사에 참여해 직접 손질한 반가공 도마재와 소품재 목재를 판매하고 있어요.
목공은 언제나 꿈꾸던 직업이었어요. 그러나 생업으로 삼기에는 자신이 없었죠. 창의적인 면도 부족하고 기술도 취미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미루고만 있다가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의 동의를 얻고 나선 거예요.
맞벌이로 지원해 준 아내가 없었다면 꿈은 접어야 했을 겁니다.
Chapter 2. 이론과 감각
Q3. 죽산목공소의 ‘목재의 이해’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A3. 4주간 정연집 박사님께서 주최하신 ‘목재의 이해’ 강의는 자르고 붙이는 기술 교육이 아닌 목재의 해부학적 접근이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목재의 세포 조직이었어요.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목재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한순간에 이해하게 해줬죠. 건조가 왜 어려운지, 목재마다 왜 변형의 형태가 다른지도요. 목재를 다루기 앞서 꼭 알아야 할 지식이었어요.
Q4. 강의의 이론들이 실제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A4. 세포 조직의 특성을 알고 나니 용도에 맞는 수종을 고르는 눈이 생겼어요. 특히 함수율은 결과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수치예요. 잘 건조된 목재는 좋은 결과로 보답해 주거든요.
다만 건조는 수종마다 특성이 달라 경험이 많이 필요한 영역으로, 아직 배우는 중인데요. 경험상, 국산 목재는 건조 변형이 심해 수율이 낮은 편이에요. 그러나 천천히 조금씩 건조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3·1운동 당시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선생이 비밀문서와 태극기를 나무 구멍에 숨겨 보존했던 역사적인 나무다.
그럼에도 김우경 씨가 제작을 맡은 건 이 나무가 품은 역사 때문이었다.
선생이 독립운동을 하던 자리에서 자란 나무가 그의 동상 앞에 다시 섰다.
Chapter 3. 유년의 나무
Q5. 유년 시절, 나무 많은 시골에서 자라셨다고요. 이때의 경험이 현재 작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A5. 초등학교 시절을 외딴 시골에서 자랐어요. 뒷산에 널린 나무들은 외로움을 함께한 친구였을 정도로 친근한 소재였어요. 할아버지께서 쓰던 연장으로 나무를 잘라 와 썰매, 활, 대나무 스키, 새총 같은 것들을 만들어 놀았어요.
자주 만들다 보니 비건조 상태의 목재는 재목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그때 이미 알았던 것 같아요. 강도도 약하고 만든 후 변형이 심했으니까요. 오래 자란 나무의 가지나 몇 해 지난 대나무를 골라 썼어요. 할아버지께서 오래전에 잘라 놓은 나무가 더 단단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경험으로 알았지만, 왜 이런 목재를 써야 하는지는 목재 교육을 받으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Q6. 어릴 적 나무와 얽힌 특별한 기억도 있겠어요.
A6.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흑백 TV에서 양궁대회를 보다가 서양 활이 너무 멋있어 바로 만들어봤죠. 소나무로 손잡이를 만들고, 대나무를 갈라 얇은 판재로 다듬은 다음 자전거 튜브로 감아 한 몸으로 만들었는데, 그럴싸했어요. 나일론 줄로 마무리하니 탄성이 대나무로만 만든 활과는 달랐고요.
화살을 얹고 시험 삼아 쏜 화살이 동생에게 날아가 다치고 말았어요. 할아버지께 그 활로 엄청 맞았죠. 정말 위험한 활이었어요. 활은 그 한 발을 마지막으로 바로 아궁이로 들어갔습니다.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Q7. 당시에는 감각적으로 알았던 ‘좋은 목재’의 기준이 지금은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7. 좋은 목재는 ‘용도에 얼마나 잘 맞느냐’에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멋진 결과 색감을 가진 목재라도 용도에 맞지 않으면 불편할 겁니다. 실용적이지 못하죠. 어릴 적에는 그저 곧게 뻗은 나무가 최고인 줄 알았죠.
Chapter 4. 나무를 대하는 자세
Q8. 목재를 대하는 태도에서 ‘기술 이전에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A8. 이건 제게 매우 소중한 부분입니다. 어릴 적에도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았어요. 나무가 흔했지만, 딱 쓸 만큼만 베어 썼어요. 자연의 선물 아닙니까? 다 제 것이 아니죠. 지금도 자르고 남은 한 조각이라도 태우지 않습니다.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봐요.
Chapter 5. 진짜 목공인으로 살아가기
Q9. 현재 목재 판매와 제작을 병행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인가요?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A9. 완제품만으로 수익을 창출하기에는 아직 실력도 부족하고 요즘 경기 영향도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 목공방과 취목인께 체험용 또는 제작용 목재를 공급하며 수익을 내고 있어요.
목재 판매에서 원칙이 있다면, 비건조 목재는 팔지 않는다는 거예요. 건조는 기본이고, 용도를 먼저 여쭤보고 적합한 목재를 추천해드립니다. 이유도 함께 설명하고요. 결도 중요하게 다뤄요. 무늬가 중요한지, 치수 안정성이 중요한지에 따라서 맞는 목재를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외주 가공도 하고 있어요. 죽산목공소가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도전적인 일을 자주 주시는데, 사실 즐겁습니다. 어디서도 못해볼 일이니까요. 이렇게 목재 공급과 외주 가공, 주문 제작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런 소소한 목공 라이프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원합니다.
Q10. 현재 어떤 장비들을 보유 중이며, 이 장비들이 들어오면서 작업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A10. 자동대패, 슬라이딩 테이블쏘, 밴드쏘, 목선반, 드럼샌더, 소형제재기, 루터 테이블, 샌딩기 등 큰 기계와 각종 수공구를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가공은 거의 가능합니다. 드럼샌딩기를 들이면서 샌딩 작업의 효율이 크게 좋아졌어요. 혼자 운영하다 보면 샌딩이 힘에 부치거든요. 테이블쏘도 슬라이딩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교체하고 나서는 긴 재료도 안전하게 자를 수 있어 좋았고요. 우드슬랩 대패작업은 죽산목공소에서 합니다.
군의 허가를 받아 진행된 작업이었다.
나무를 베기 전 고사도 지냈다. 오래 살다 떠난 나무에 대한 예의였다.
Chapter 6. 목공인 사랑방
Q11. 진천 이월면에 목공소를 준비하고 계시는데, 어떤 공간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A 11. 목공인 사랑방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제작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목재를 주제로 하루 종일 얘기 나눠도 지루하지 않은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소박한 소망입니다. 나무와 좋은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Q12. '목재 자전거'를 꼭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12. 자전거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재료는 목재였어요. 계속 개선되어 지금은 합금으로도 만들죠. 그럼에도 제가 목재 자전거를 만들고 싶은 이유는 하나, 감성입니다. 금속이 표현하기 힘든 곡선, 나뭇결, 색감은 목재만이 가진 매력이에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은 어떤 소재도 흉내 내지 못할 거예요. 구조적인 취약성은 다른 소재와 결합해 보완하면 되니, 실사용 가능한 자전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작했어요.
김우경 씨가 언젠가 직접 만들고 싶은 목재 자전거를 AI 이미지로 구현했다.

- 이전글 등록된 게시물이 없습니다
- 다음글 목수의 가죽공방 변인근 대표
댓글목록
오동균님의 댓글
오동균 작성일신계리목공방 언능 완성되길....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