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무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AI 시대 목공의 본질을 찾다, (주)바오밥목공전문학원 김대희 대표

작성자최고관리자

등록일2025-06-09

조회수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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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삶을 짓는 목공의 힘
(주)바오밥목공전문학원 김대희 대표

 

‘4년 내 일자리 99% 초토화’와 같은 인공지능 시대의 불안한 전망 속에서도,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바오밥목공전문학원은 명확한 교육 비전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도시에서 잘나가던 상담심리 전문가의 삶을 뒤로하고 목공에 뛰어든 김대희 대표는, 목공에서 얻은 몰입의 즐거움을 ‘공동체 의식’과 ‘나눔’의 교육 철학으로 확장해왔다.
(주)바오밥목공전문학원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변치 않는 직업의 본질과 그것이 새로운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인공지능 시대,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만큼은 그 마음이 ‘기대’ 쪽으로 향한다.   

글 | 장영남 인테리어 전문기자 jekyll13@naver.com


 
Q.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으며, 목공과의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

A. 저는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상담심리전문가로 살아왔습니다. 저와 아내는 기독교적 가치와 공동체적 삶에 깊은 관심이 있었고, 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주)이장’이라는 회사에서 주관하는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금은 저희 마을 이웃이 된 건축기술사 A씨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A씨는 “경기도 안성에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 달 뒤 첫 모임이 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말은 제 삶의 새로운 방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제가 32살이던 해였습니다.

 

 △ (주)바오밥목공전문학원 김대희 대표

 


그 후 3년 동안 매달 한 번씩 모임을 이어갔고, 마침내 안성 금광호수 근처의 ‘들꽃피는 마을’로 귀촌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집을 짓고 나서,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집은 전문가들이 지었지만, 가구는 내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저는 ‘목공’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인천에서 몇 백만 원어치의 원목을 사다가 싱크대, 식탁, 책꽂이, 신발장 같은 가구들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집 안 가구를 모두 만든 후에는 데크, 창고, 정원 구조물, 그리고 마을 놀이터의 농막과 그네까지 손수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상에 이렇게 재미난 일이 있구나”라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감정은 단순한 취미의 차원을 넘어, 제 삶을 통째로 바꾸는 열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정식으로 배우자.”

 

 

Q.  처음에는 목공전문학원이 아닌 공방이었던 걸로 압니다. 바오밥목공전문학원 설립 배경을 들려주세요. 

A. 당시 용인 원삼에 계시던 목공 스승님을 찾아가 1년 반 동안 주 1회 꾸준히 목공을 배웠습니다. 결국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도제로 들어가 다시 1년 반 동안 본격적으로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렇게 목공을 손에 익히니 어느새 제 손끝에 나무의 감각이 조금씩 자리 잡아갔습니다.
이제는 공방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6개월 동안은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몸을 부려야 했고, 이후 1년 동안은 목조주택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 (주)바오밥목공전문학원 전경.

 

그렇게 어렵게 모은 돈으로 2006년 9월, 안성 보개면에 있는 허름한 60평짜리 창고 하나를 구해 직접 손으로 리모델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2017년 4월, 바오밥나무공방의 문을 열게 되었는데요. 운이 좋았습니다.
공방 오픈 1년 만에 주말, 저녁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바빠졌습니다. 학교 출강 수업, 공방 회원 프로그램, 가구 주문 제작 등 몸이 셋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일이 몰려들었고, 결국 직원을 들이며 본격적인 공방 운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2년을 쉼 없이 달렸더니, 몸에서 먼저 이상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제야 저는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일에서 놓치고 있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상담, 명상, 철학은 많이 공부해 왔지만, 정작 ‘돈’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돈’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공방을 ‘사업’으로 구조화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업훈련기관으로의 전환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주)바오밥목공전문학원은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용두리 682-16 (벚꽃길25-7)에 위치한다.

 

 

Q. 사실 창업에서 ‘경영 철학’만큼 중요한 게 ‘수익모델의 구조화’라고 생각합니다. 바오밥목공전문학원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전액국비지원이라서 목공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A. 현재 우리 학원은 두 개의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1캠퍼스는 ‘건축목공학과’로, 2캠퍼스는 ‘가구제작학과’와 메이커 스페이스 ‘설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건축목공학과는 인테리어 목수와 빌더를 양성하는 실전형 교육 공간입니다. 가구제작학과는 가구제작 목수를 양성하며, 설렘은 시민 누구나 창작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유 공간인데요. 두 학과 모두 PBL(Project-Based Learning) 기반의 교육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PBL은 단순한 ‘교육 방식’이 아닙니다. PBL은 하나의 철학이며, 학습자 중심의 학습 환경을 만드는 삶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학습자는 실제 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쌓고, 동료와 협업하며 자기주도적으로 성장합니다. 
우리 기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문제 해결 능력, 창의적 사고, 타인과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기 성찰 능력을 모두 키우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삶을 구성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PBL기반 건축목공 인테리어 세트장 제작 수업 중에. 건축목공과정은 총 5개월(700시간)이며 공구 사용, 
인테리어 목수 필수 기술습득, 3D설계 및 CNC가공 실습, 인테리어 공간(세트장) 시공 프로젝트, 팀워크 실전 프로젝트 
등을 교육한다.

 

△ PBL 기반 가구설계제작반 1~3주차. 가구제작가정 또한 총 5개월(700시간)이며 가구제작 산업기사 취득을 위한
이론과 설계 및 실습, 짜맞춤 원목가구 제작, 2D 및 3D 프로그램을 통한 가구 설계, 경첩 및 서랍레일 부착,
CNC 활용을 통한 자동화 목재 가공 기술 등을 교육한다. 

 

 

Q. 아프리카에서 바오밥나무는 마을의 중심지 역할을 합니다. 그늘에 사람이 모이고 음식을 나누고 삶을 함께 하는 공동체와 나눔의 상징적 공간이라고 합니다. 학원 이름은 이런 바오밥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A. 그렇습니다. 바오밥나무공방을 처음 열 당시, 저는 세 가지 가치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유’, ‘나눔’, ‘성장’이었습니다. 이웃들과 목공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우리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따뜻한 관계와 배움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 철학은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오밥목공전문학원은 기술을 가르치는 기관이기 이전에, 삶을 다시 일으키는 희망의 공간이 되기를 꿈꿉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일에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기술을 통해 다시 회복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다시 걷게 되는 사람들을 이 공간에서 함께 마주하고 싶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바오밥나무 작품. 제목은 〈코끼리 없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동물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고 코끼리도 함께 놀고 싶어했지만, 덩치가 너무 커 숨을 수 없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코끼리는 마침내 자신을 숨길 수 있는 나무를 찾아냈는데,
그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중 하나인 바오밥나무였다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Q. 자신만의 속도로 다시 걷게 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참 인상적입니다. 그렇다면, 교육생분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이며, 어떤 변화를 기대하시는지요?

A. 저는 교육의 본질은 ‘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희가 제공하는 교육은 기술 중심의 훈련이지만, 그 기술을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만 배우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교육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내가 왜 이 기술을 배우려는가?”
“이 기술을 통해 나는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가?”
“내가 익힌 기술로 사회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기술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도구이며, 또 다른 누군가의 삶에 따뜻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매개입니다.
저는 교육생들이 기술을 통해 단순히 ‘돈을 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기술을 통해 자기 삶을 구성하고, 그 기술로 타인과 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삶이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문화적으로도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궁극적으로 저희 교육의 목표는, 기술을 넘어 삶의 태도와 방향을 함께 배워가는 것입니다.

 

△ 2D 및 3D 등의 수업이 이뤄지는 강의실과 실습에 필요한 다양한 공구과 자재가 갖춰진 실습실. 

 

 

Q. AI 시대에 이런 태도가 어떻게 강점으로 발현될까요. 결국 휴머노이드가 일상화되는, 곧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목공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일까요. 

A. 2040년이 되면 지구상의 로봇 수가 인간 수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수행하던 많은 생산 노동(제조, 운송, 식량 생산 등)이 로봇과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고, 인간의 노동은 점차 창조하고, 관계하고, 공감하는 영역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목공산업과 목공교육의 방향성에도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합니다.

 

△ 김대희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수행하던 많은 생산 노동(제조, 운송, 식량 생산 등)이 로봇과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고, 인간의 노동은 점차 창조하고, 관계하고, 공감하는 영역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전통적으로 목공산업은 수작업 기반의 기술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는 대량생산과 기능적 제작은 대부분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수행되고, 인간은 그 여유 시간 속에서 창의적인 목공 활동을 향유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는 일은 인간의 본능적인 즐거움과 연결된 활동입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고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목공은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며,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목공교육은 단순한 기능인 양성을 넘어, 목공을 놀이이자 삶의 철학으로 풀어내는 교육 방식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놀이로서의 목공, 예술로서의 목공, 공동체로서의 목공은 인간 고유의 창조성을 자극하며,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정서적·문화적 자원이 될 것입니다.
목공의 미래는 단지 기술 진보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결과가 아닙니다. 지금 나무를 사랑하고 목공을 통해 사람을 연결하는 이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새로운 문명입니다. 노동의 시대를 넘어 놀이와 창조의 시대로 전환되는 이 흐름 속에서 목공은 산업이자 예술이며, 교육이자 문화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시대는 단순히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목수, 자신을 브랜딩할 줄 아는 목수가 살아남는 시대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목공 기술을 연마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철학과 방향성을 함께 다듬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오밥목공전문학원 김대희 대표가 제언한 목공교육의 방향성
구분 변화 또는 지원방향
교육 철학   기술 중심 교육에서 창의·감성 중심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교육 시스템   PBL, 메이커교육, 공동체 기반 프로젝트 등 학습자 주도형 교육 강화
제도 및 정책   학교 밖 배움터, 공유공방, 메이커스페이스 등 인프라 지원 확대
인식 개선   목공을 단순한 기능이 아닌 ‘삶을 가꾸는 문화’로 인식하는 사회적 캠페인 필요
융합 산업   농업(정원), 치유(목공치료), 관광(체험형 공간) 등 융합형 산업과의 연계

 

 

Q. 끝으로 목공을 통해 얻는 개인적인 만족감이나 철학은 무엇인지요.

A. 예전에 작업할 때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릴 정도로 몰입하는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나무를 다루는 그 순간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물과 하나가 되는 느낌, 그리고 나 자신이 세상의 일부임을 느끼게 해주는 연결의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나무, 그리고 우리가 만든 가구 하나하나가 서로 얽혀 있다는 이 연결성의 감각, 이것이야말로 목공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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