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의 목재
Date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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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의 모든 것은 태양과 달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식물이나 나무도 예외가 아니며 태양이나 달의 리듬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옛날 사람은 잘 알고 있었기에 시기를 선택해 나무를 벌채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좋은 목재를 얻으려면 나무가 자고 있을 때 벌채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나무가 잠자는 시기는 봄과 여름에 걸친 성장기가 끝난 뒤 긴 겨울이 시작되는 대략 10월 이후부터 일 것이다. 특히 하현부터 초승달에 이르는 1주 정도의 기간에 벌채된 나무는 최고의 초승달의 나무가 된다.
초승달 벌목의 기준은 겨울철 벌채(10월 하현~다음 해 1월 31일), 초승달 시기의 벌채(하현~초승달) 및 잎 말려 죽이기(4개월 이상)이다.
봄부터 여름 사이의 나무는 생장을 위해 뿌리로부터 영양분과 수분을 듬뿍 빨아들이게 된다. 수분과 영양분이 가득한 여름철에 나무를 베면 그것은 곤충들의 맛있는 음식이 되어 버리며 게다가 수분이 많기 때문에 부후균이나 곰팡이 등의 번식으로 인해 쉽게 썩거나 변색될 수가 있다. 따라서 벌채 시기는 나무가 가장 수분을 빨아올리지 않게 되는 10월~1월이 가장 좋다. 날씨가 추워져 성장이 멈춰진 시기, 일종의 동면 상태에 들어가 있는 시기로 수액의 상승이 둔화되고 나무에 존재하는 전분과 수분의 함유율도 적기 때문에 곤충이나 균의 피해를 덜 받을 수 있다.
초승달(新月)의 나무(하현에서부터 초승달의 시기에 이를 때까지 1주일 동안 벌채된 것)가 보름달(満月)의 나무(초승달에서부터 보름달의 시기에 이르는 동안 벌채된 것)보다 곰팡이나 벌레가 끼기 어렵고 덜 갈라지는 등의 특성을 지니는 것은 그 함유 성분의 질이나 양에 기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여겨져 이들의 목재 절편으로부터 형성층, 변재 및 심재 부분을 분리해 믹서로 간 다음 일정량을 취해 알코올 또는 물을 첨가해 실온에서 추출, 관찰해 보았다. 각 조직 부위에 모두에 있어 초승달 나무쪽의 추출액이 보름달 나무쪽의 것보다 담색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수분이나 전분질 등의 영양소 함유량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나무의 생명 활동이 보름달로 향하는 시기에 왕성해지고 따라서 생장을 위해 영양분의 생산과 분배가 더 활성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다.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건조법인 잎 말려 죽이기는 문자 그대로 벌채한 나무를 잎이 달려 있는 채 그대로 산기슭에 방치해 두는 방법이다. 그러면 나무는 벌채되었지만 가지와 잎은 생명 활동을 계속하기 때문에 나무 내부의 수액을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곤충, 균, 곰팡이의 영양원인 전분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잎사귀의 숨구멍을 통해 수분이 점점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천천히 천연건조가 진행되어 함수율이 낮아지게 되고 수축, 틀어짐 등이 없는 안정된 목재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잎 말려 죽이기 건조를 통해 나무로부터 수분이 빠져나가 목재가 가벼워지기 때문에 옛날에는 건조 목적이라기보다는 나무를 끌어내리는 고생을 반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유럽 중부에 위치하는 삼림 국가 오스트리아에서는 옛날부터 "초승달로 향할 때에 벌채된 나무는 10배나 오래 견디며 벌레도 끼지 않는다"라고 하는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다. 근년 오스트리아의 연구기관에서도 과학적으로 구명되어 현재 현지에서는 "초승달의 나무"가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티롤(Tirol) 지방에는 알프스의 풍부한 삼림 덕택에 발달한 목재 문화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목조주택 샬레(Chalet)나 알펜호른(Alpenhorn), 바이올린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등의 목제 현악기가 있다. 이것들은 모두 초승달의 나무라고 하는 벌채 방법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한다.
위 글은 국민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셨던 고 엄영근 박사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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